식품의 역사

‘하얀 국물 라면’ 열풍의 시작, 꼬꼬면의 등장과 그 진화

Ol팀장 2025. 4. 1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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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육수에서 시작된 국물의 반전… 꼬꼬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2011년, 한국 라면 시장에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그 중심에는 지금까지의 빨간 국물 라면과는 전혀 다른, ‘하얀 국물’의 꼬꼬면이 있었습니다. 꼬꼬면은 원래 방송 프로그램인 KBS <남자의 자격> ‘라면 요리 대결’ 편에서 탤런트 이경규 씨가 개발한 레시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매운맛에 지친 소비자에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운한 맛의 라면을 선보이고자, 닭육수를 베이스로 한 라면을 제안했고, 그 메뉴는 방송 이후 큰 화제가 되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닭고기 국물의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 그리고 고춧가루로 약간의 매콤함을 가미한 그 맛은 기존 라면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를 본 팔도는 곧바로 상용화를 기획하고 약 2개월 만에 제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제품명은 ‘꼬꼬면’으로, 닭을 뜻하는 ‘꼬꼬(chicken)’와 국물면을 조합한 작명입니다. 2011년 8월 정식 출시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출시 후 3개월 만에 무려 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라면 업계에 ‘하얀 국물’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 라면 시장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다대기를 베이스로 한 붉은 국물의 일색이었지만, 꼬꼬면은 국물 트렌드의 전환점을 만들어낸 제품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건강과 담백함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의 확대와도 맞물려 있었고, 특히 중장년층과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시장 내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꼬꼬면 이후 쏟아진 하얀 국물 라면들, 그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꼬꼬면의 폭발적인 성공은 국내 라면 업계 전체를 움직였습니다. 농심은 ‘백산수라면’, 삼양은 ‘하얀라면’, 오뚜기는 ‘닭개장면’ 등을 출시하며 팔도의 꼬꼬면에 대항했지만, 소비자의 초기 반응과 시장 점유율은 단연 꼬꼬면이 독보적이었습니다. 꼬꼬면은 제품 기획부터 트렌드를 꿰뚫었을 뿐 아니라, ‘이경규의 라면’이라는 명확한 콘텐츠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소비자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즉, 단순한 맛의 차이가 아닌 ‘경험과 이야기’가 마케팅의 핵심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성공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2013년 이후부터는 꼬꼬면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반짝 신드롬’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한정된 소비자층 ▲차별화의 어려움 ▲기존 붉은 국물 라면보다 부족한 자극성 등으로 분석했습니다. 닭육수의 담백함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독성이 약하다는 약점도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원조임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들의 리뉴얼과 변형 제품에 밀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삼양의 ‘나가사끼 짬뽕’은 하얀 국물임에도 불구하고 해물맛을 강조하여 좀 더 풍성한 맛을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에 따라 꼬꼬면은 한동안 라면 코너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꼬꼬면은 리뉴얼을 통해 다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닭육수의 농도를 강화하고, 면의 식감을 개선한 제품으로 돌아오면서 추억의 맛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요즘 매운 라면 말고 이런 담백한 라면도 반갑다", "이게 그 꼬꼬면 맞지?" 같은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팔고 있을까? 꼬꼬면의 현재 위치와 시장 내 변화

현재 꼬꼬면은 팔도의 정식 제품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으며,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특히 쿠팡, 마켓컬리, SSG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재출시 라면’, ‘레트로 라면’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꾸준히 소비되고 있으며, 팔도 역시 꼬꼬면을 일회성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스테디셀러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닭육수를 활용한 ‘백탕’ 라면은 여전히 틈새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소비 트렌드인 ‘자극 없는 한 끼’, ‘MSG 최소화’, ‘고단백 식사’ 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꼬꼬면은 여타 라면 대비 나트륨 함량이 낮고 기름기도 덜해 웰빙 식단을 구성하려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팔도는 2023년 말 기준으로 꼬꼬면의 누적 판매량이 2억 개를 넘어섰다고 밝히며, 브랜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꼬꼬면은 한정판 패키지, 컵라면 형태, 해외 수출 전용 제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 동남아에서는 ‘치킨 베이스의 라멘’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미국 아마존에서도 “KOKOMYUN”으로 판매되며 한국식 흰 국물 라면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꼬꼬면은 한때의 신드롬으로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 기억 속에서 다시 불려 나오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한국 라면사(史)에서 중요한 문화적 분기점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참고자료
KBS ‘남자의 자격’ 라면요리대결 편, 2011년 5월 15일 방영
매일경제, 〈꼬꼬면 신화…3개월만에 500억 매출〉, 2011.10.26
팔도 공식 보도자료, 2011년 꼬꼬면 출시 홍보자료
한국경제, 〈이경규 꼬꼬면, 출시 열흘만에 1천만개 판매〉, 2011.08.23
서울경제, 〈꼬꼬면 열풍, 왜 사그라졌나〉, 2013.09.01
조선일보, 〈삼양 '하얀라면' 출시, 꼬꼬면 정조준〉, 2011.10.19
중앙일보, 〈나가사끼 짬뽕 vs 꼬꼬면, 흰 국물 시장 격돌〉, 2012.02.12
식품저널, 〈팔도, 꼬꼬면 누적 판매 2억개 돌파〉, 2023.11.02
중앙일보, 〈꼬꼬면 리뉴얼 출시…담백한 닭육수 맛 강화〉, 2021.07.05
팔도 공식 홈페이지 제품 설명 (www.paldofood.co.kr > 제품소개 > 꼬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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